건물은 콘크리트 양식으로 소박하다. 약 40년이 넘게 식당을 운영하던 이가 냉면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꾼 후에 고흥의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둘러봤지만 냉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보통의 냉면집에서 곁들이 음식으로 나오는 만두도 있을 법 하지만 그것마져도 없고 오로지 냉면 보통과 곱배기만 선택할 수 있다.
뭔가 오직 하나의 메뉴만을 고집하는 걸 보니 자신감이 넘친다는 생각에 기대감이든다.
주문과 동시에 면을 삶기에 음식 주문 후 약 5분 뒤에 냉면이 식탁위에 올려졌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냉면 위에 가득 올려진 고소한 향이 진동하는 깻가루였다. 그 아래로 아삭한 식감을 주는 오이 채썬 것과 적양상추,무채가 놓여있고 특이하게 물냉면인데 육수는 보이지않고 살얼음만이 가득하다.
벽면에 살얼음 자체가 육수이니 녹을 때를 기다려서 먹으라는 설명이 되어있다.
시원한 육수를 먼저 들이켜봤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냉면은 평양,함흥,진주,부산밀면이 주가 된다.
깨가 가득한 관산냉면은 어디에도 없는 이집만의 시그니처지만 굳이 분류를 하라고 한다면 진주냉면에 가깝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도 아니고, 함흥냉면의 진한 육수향도 아닌 중간지점 어딘가에 자리잡은 가벼우면서도 깊은 맛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감칠맛이 돌지만 과하지 않고,슴슴한 듯 하지만 깊고, 매운 듯 하지만 맵지않은 맛을 잘 구현해놨다.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를 냉면위에 올려서 먹는 맛도 일품이다. 청량하면서 사각거리는 열무의 식감과 칡의 쌉싸름하면서 거친맛이 더해져 냉면 밑바닥을 보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 관산식당의 문제점은 아니나 이곳 고흥도 면치기가 유행인지 옆자리에 앉은 젊은 총각들이 면에 가위질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반색을 하고 말리면서 면을 끓지않고 심할만큼 후르륵 소리를 내면서 한번에 목으로 넘기는 면치기를 하고있었다.
방금 전에 면에 가위질을 하던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면은 기다란 국수가 오랜 장수를 의미한다고 해서 잔치집에서 내놓던 문화인데 지금와서 면을 끊어서 먹으면 장수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의식이 박혀버린 듯 하여 안타깝다. 음식은 씹는 맛이 5활이다 면의 식감도 못느끼고 음식을 넘기는 것이 과연 좋은 습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식습관과 개성이 있으니 탓하지는 마시길 부탁드린다.
모기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가 지났으니 냉면의 맛도 점점 물러지는 계절이다. 8월이 가기전에 남도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그을렸던 몸과 마음을 관산식당 칡냉면으로 보상받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