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K뉴스]윤진성 기자 =경기서해고(이하 서해고) 이태희가 지난 청룡기 우승을 돌아봤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서해고 축구부는 2007년 창단한 팀이다. 매년 리그 상위권에 오르며 경기 권역의 강팀으로 자리 잡았으나, 전국대회에서만큼은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2019년 청룡기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게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었다. 당시 결승에서 만난 신갈고(현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에 0-1로 패해 우승이 좌절됐다.
그러나 이번 청룡기는 달랐다.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주장 이태희의 남다른 리더십이 팀을 하나로 모았다. 그는 대회 도중 김학철 감독의 요청으로 스리백의 중앙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등 팀을 위한 헌신을 보였다.
서해고 김학철 감독은 “우리 팀의 플랜A는 4백이지만, 3백이 필요한 경기들이 많았다. (이)태희가 평소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중책을 맡겼고, 상대 공격도 잘 차단해 주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태희는 공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특히 기장FC와의 16강 경기에서는 전반 29분 이민호의 크로스를 순간적인 쇄도와 함께 정확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팀에 선제골을 안겼다. 그는 “기장FC와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기도 하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쌓는 편은 아닌데 중요한 순간에 득점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승에서는 ‘돌풍의 팀’ 범어고를 2-1로 꺾고 우승의 한을 풀었다. 우승과 함께 대회 MVP를 수상한 이태희는 “졸업 전 팀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 수 있어 뿌듯하다. 전국대회 우승은 꼭 넘고 싶은 관문 중 하나였는데, (우승하게 돼) 아직 기분이 얼떨떨하다”고 회상했다.
이번 우승이 서해고와 이태희에게 더 뜻깊은 이유가 있다. 4년 전 청룡기 대회에서 신갈고(현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에 패했던 아쉬움을 극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팀의 주축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선수가 이태희의 친형인 아주대 이환희다.
이태희는 “형이 그만큼 좋은 선수이고,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이기 때문에 많이 배우려고 한다. 이와 동시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할 정도로 경쟁의식도 크다. 청룡기에 우승하자 형이 수고했다고 격려해 줬는데, 칭찬을 들으니 뿌듯하더라”고 밝혔다.
친형인 이환희는 아주대 3학년으로 대학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추계대학연맹전 결승전에서 선문대를 격파하고 아주대의 25년 만의 우승을 이끌며, 대학축구리그 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이환희는 “4년 전 준우승도 값지지만 팀이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선 우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해고 출신으로 서해고의 우승을 쭉 응원해 왔다. 동생이 제 염원을 대신 이뤄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졸업을 앞둔 이태희는 이제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태희는 “형이 U리그를 먼저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무대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한다. 고등 무대와 대학 무대는 수준이 분명 다르다고 들었다. 형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