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지역,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이 빛나는 이유고흥,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현장을 가다④고흥교육공동체 인터뷰
4부.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이 빛나는 이유
작은학교가 모여 큰 배움을 이루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았다. 의사소통역량 향상, 사회성 함양, 관계의 확장 등의 필요로 시작되었던 논의가 정책으로 재구성되어 현장에 제안되기까지에는 고흥교육지원청의 남다른 노력이 중요한 열쇠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구어낸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의 주인공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대담형식으로 재구성하였다.
야심찬 계획, 탄탄한 준비
기자: 어떻게 이와 같은 정책이 제안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교육장: 고흥은 매우 특별한 지역입니다. 전통적인 농·수·축산업과 최첨단의 우주항공산업이 공존하는 지역이죠.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요. 발전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학령인구 급감의 위기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죠. 우리는 이와 같은 절박한 마음으로 작은학교 활성화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각종 연구자료를 살펴본 결과, 학교교육과정의 내실화가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은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한 여러 실천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공동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천과제들이 동시에 구현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네트워크 구축, 교사 성장 로드맵, 교육과정 중심의 행정지원체제, 팀간 협력체제 구축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고흥은 지금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지역교육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입니다.
교사 자기주도성의 발현
기자: 공동교육과정 참여가 쉽지 않은 제안이었을 텐데, 선생님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요? 송은평(초등): 처음 공동교육과정을 접했을 때는 학교 간 이동 거리나 행정적인 절차 등에 대한 염려로 매우 회의적인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올해 맡은 아이가 1명이라 친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친구 한번 제대로 만나보지 못한 채로 중학교에 진학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였지요. 우리 반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교과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 해결책이 공동교육과정이었고, 운 좋게도 인근 학교에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성미(초등): 2023학년도에 처음 작은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적은 수의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것의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또 저경력교사이기에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한 고민들이 많은데도 함께 나눌 동학년 교사가 없다는 어려움도 컸어요. 그런 고민을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에 대해 듣게 되었어요. 소인수학급 교육과정 운영의 한계를 보완하며 더욱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과 수업을 함께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동료(동학년 교사)가 생긴다는 그 말씀을 듣고 고민 없이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나현(중등): 작은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 협동학습이나 토의토론 등의 학습활동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동교과 선생님이 없어서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작년 4월에 고흥 관내 교과협의회에서 지원청의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어쩌면 가능할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흥중등사회교사모임을 만들고 유지하기만 해도 든든하겠다고 생각했고, 오픈채팅방을 열고 참석하신 선생님들께 참여를 제안했죠. 뜻밖에 많은 선생님이 참여하셨고,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을 추진해보자는 제안에 동의하셨어요. 담당 장학사님이 고흥역사교사모임을 운영했던 경험도 나눠주시고 지역의 교육자원 탐방 연수도 진행해주신 탓에, 수업 주제와 방법에 대한 고민도 쉽게 풀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선생님들이 동교과네트워크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도 같고요.
기자: 예술교과라는 명칭으로 음악·미술 선생님이 함께 모여 수업설계하시는 모습은 매우 생소한데요. 어떠셨는지요? 이명진(중등): 고흥은 10여년 전부터 예술교사모임이 있었어요. 함께 수업연구도 하고, 프로젝트 수업도 추진했었는데, 코로나19로 맥이 끊겼지요. 다행히 당시의 예술교사모임을 경험했던 선생님들이 몇 분 계셔서 모임을 재가동하는 느낌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겸임수업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미디어 리터러시 콘서트라는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 생산과 행정지원의 모범적 사례
기자: 추진하시면서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한두 가지만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정아(장학사): 공동교육과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처음이었기에 현장의 거부감이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작은학교 통폐합을 위한 수순인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와 공동교육과정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부감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공동체의 지지와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공동교육과정의 효과를 거둘 수가 없었기에 교육지원청에서는 공감대 확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교장, 교감 등 관리자 뿐 아니라 운영 지원을 위해 꼭 필요한 행정실장, 조리종사자 등의 교육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수시로 안내하였으며, 실제 운영하는 선생님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신 덕분에 공동교육과정이 그 목적을 달성하고,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주영(초등): 현장에서는 학교별로 체험학습이나 행사, 외부강사 수업 일정 등이 달라서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학교(급) 간 매칭이 빨라서 조율 가능한 범위 내의 학년별 체험학습이나 행사 일정을 사전에 조정하였기에 조금은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수시로 소통하면서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창환(중등): 저희도 수업시간표 조율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8명의 교사 중 5명이 겸임수업을 다니고 계시니, 한 시간만 조정을 하려 해도 두세 학교의 시간표가 함께 조정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관내 모든 학교에서 양해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었죠. 다음은 예산 부족 문제였습니다. 등산, 트래킹 등을 추진하려면 아무래도 장비와 간식 지원이 필요한데, 학교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2학기에는 캠핑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니 교육지원청에 예산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김유리(초등): 통학차가 없는 학교의 경우, 학교 간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데, 다행히 고흥교육지원청에서 학생들 이동을 위한 택시를 지원해주셨어요. 택시 예약이나 결재까지 교육지원청에서 다 처리해주셨기에 행정업무 등에 대한 부담을 덜어서 수업에 더 전념할 수 있었어요.
교사, 동료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하다
기자: 나름의 평가와 환류 과정도 있었을 텐데,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진현(초등): 각기 다른 성향, 경력을 가진 선생님들이 협력하여 수업을 구상하기에 더욱 다양한 교육과정이 펼쳐질 수 있었습니다. 또, 이제 3년차 저경력 교사로서 스스로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수업을 재구성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함께하는 선생님들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3개의 학급이 모여 새로운 학급을 꾸려서, 함께 논의하고 탐구하며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김상훈(중등): 학습집단의 규모가 커지니 배움의 규모도 커진 것 같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적정규모의 학습집단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교사네트워크(전학공) 덕분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공동교육과정의 진정한 목적은 교사 성장이었다라는 의견도 많았고요.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주는 존재인 탓인지, 선생님들은 성장 욕구가 매우 높은 분들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철환(장학사): 교육지원청 내부에서도 지원청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중심의 행정지원체제 구축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활동이라, 다들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기자: 그야말로 고흥 교육주체 모두의 참여와 협력이 돋보이는 교육활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김신희(중등): 저는 2년차 교사입니다. 작년 3월에 신규발령을 받아 막막한 상태였는데, 고흥 중등 신규교사 성장 아카데미라는 것을 진행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교육과정, 수업, 생활교육에 대한 전문가 강의와 선배교사와의 만남 등을 추진해주셔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고흥에 근무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동교육과정 관련 교육지원청의 정책 추진이 매우 체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정책으로 제안해왔습니다. 모든 교과를 대상으로 교과교사협의회를 진행해서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를 마련한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지원청의 리더십과 전폭적인 지원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힘이 났습니다. 이승하(초등):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교육지원청의 노력이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공동교육과정이 처음인 교사들에게 길라잡이를 만들어 제시하고, 적절한 연수를 기획하여 운영해주신 덕분에 공동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계획서 작성이나 예산 집행 등 행정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한 것도 참 좋았습니다. 교육지원청의 지원 덕분에 많은 교사들이 부담감 없이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송민정(초등): 충분한 예산 지원은 학생들의 폭넓고 수준 높은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였고, 교사에게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교육과정에 대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으로 소통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살펴 가며 도움 주시는 교육지원청 장학사님들과 교육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
기자: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교육장: 교육과정 설계는 근무하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규 및 전입 선생님들께 지역이해 연수를 제안 드리고, 연수 내용을 토대로 학교(교과)교육과정을 설계하실 수 있도록 정책을 촘촘하게 다듬어가려고 합니다. 고흥교육 전반에 대해서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고, 지역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학교교육과 연계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지역의 아이들이 지역발전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역교육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입니다.
기자: 끝으로 선생님의 소감이나 바람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송은평(초등):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에 뭉클할 때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못했던 활동인데도 친구들과 함께하며 성취해나가는 모습에 교사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아예 불지도 못했던 하모니카를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금세 익혀 연주하는 모습, 혼자서는 노래하지 않던 아이가 친구들 속에서는 큰 소리로 동요를 불러내는 모습들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교육지원청의 행·재정적 지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현장에서도 힘을 얻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공동교육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박나현(중등): 학교 수업이 지역의 가치를 추구하고 지역의 생생한 현실과 문제를 반영할 때, 지역이 활력을 찾고 작은학교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더 나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방안 모색에서 그치지 않고 자발적인 사회 참여로 이어질 때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요. 작은학교 학생들이 지역 속에서 함께 배우는 수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속에서 마음껏 활보하는 고흥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심동후(초등): 저의 첫 공동교육과정 운영이 이제 절반을 지났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어울리고, 헤어질 때마다 아쉬워하며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급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들을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해내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도 성장하고, 교사도 발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공동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투데이K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