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K뉴스]윤진성 기자 =감사하게도 중학교 2년 선배님들 모임에 초대받아 모임장소인 인사동 고흥맛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내가 가히 존경하는 소설가 이중섭.예인동 예술감독, 공상찬.고행선 김세영 선배님이 계셨다.
자리를 잡고 철판위에서 지글거리며 고소한 냄새를 피우는 계란 후라이를 먹을 때쯤에 중학교 국어선생님이셨던김경 선생님이 자리에 합류하셨다.
선생님의 근황을 여쭈어보니 교직을 그만둔 후에 소설가로 제 2의 인생을 살고계신다한다.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셨다.
오늘 이 모임에 오는 제자들에게 줄 선물로 자신의 책인 '푸른바다거북'을 준비해오셨다.
채근담과 쌍벽을 이루는 유몽영집에 지극한 글 모두 피눈물의 소산이다는 뜻의 혈루소성(血淚所成)이 있다.
책 한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흥맛집 주인장에게 펜을 부탁해 선생님께 싸인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신다.
이로서 책장 첫페이지에는'봄을 맞으며 김 경'이란 싸인과 함께 특별한 책 한권이 되었다.
청산녹수(靑山綠水)다.푸른 산이 있어야 푸른 물도 있는 법이다.훌륭한 스승아래 훌륭한 제자가 난다.
장편소설 '포토타임'과 '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를 집필한 이중섭 작가의 글의 근간에는 국어 선생님이셨던 김경 선생님이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코끝이 찡한 가오리찜이 올라오고 연이어 시원한 백합탕과 잘 구워진 서대 안주가 더해졌다.
술 한잔이 들어가니 다들 봄날 도화꽃처럼 얼굴에 붉은빛이 감돈다. 스승과 제자,선배와 후배간 격의없이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며 인사동이 제 집인 것 마냥 떠들고 파안대소했다.
전화를 하기위해 스마트폰을 들거나 담배를 피우기위해 몇몇이 밖으로 나간틈을 이용해 김경 선생님의 장편소설 푸른바다거북을 몇장 읽어내려갔다.
"겨우 일흔넷에 음압 병실에서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생애는 앞으로 살아가야할 나에게 지울 수 없는 심리적 내상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절망만 할 수는 없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C(Choicc)다.
책을 읽을수록 김경 선생님의 바위처럼 단단함과 그 단단함속에서도 부드러운 이파리를 내어 꽃을 피우는 성정이 느껴졌다.
노 젓는 소리에 적벽부를 생각한다는 말이있다.
고작 몇 줄의 글을 읽었을 뿐이었지만나는 푸른바다거북을 타고 세상을 유영하고 있었다.
이순(耳順)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중앙대 언론학부에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중섭 선배,절제되고 품위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상찬 선배,예술을 자신의 숙명이다고 여기고 사는 예인동 선배,한 손에 책을 들고 들어왔던 세영 선배,늘 자상한 행선 선배를 보면서대우여독(對友如讀),다양한 친구는 상이한 독서와 닮았다는 뜻을 되새겨본 하루다.